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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인지언어학

마음의 구조(레이 제켄도프) 中


  언어의 공헌으로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아마도 언어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일 것이다. 이 생각은 물론 어떤 면에서 아주 타당한 것이기는 하지만 - 어떤 사고 - 생각을 더욱 구체화 시키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을 돕는다는 면에서 언어의 효용가치는 물론 무한하다. 그러나 이 생각에 전적인 찬성을 표하기 전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소한 동물 중의 일부가 생각할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의 모든 생각이 언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베토벤이나 피카소가 그들의 걸작을 만들어 낼 때 그들에게 생각이 필요했던가?(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예술을 창조할 때 언어가 필요했던가?(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P.20

  우리들 모두가 언어를 구사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 내재문법에 대한 주장
  언어 사용에서 보이는 표현의 다양성은 언어사용자의 머릿속에 무의식적인 문법의 원칙이 들어 있음을 시사한다.
- 선험지식에 대한 주장
  어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유전적으로 결정된 언어를 위한 특수장치가 인간의 머릿 속에 들어있음을 시사한다.
- 경험의 조직에 대한 주장
  우리는, 우리의 뇌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원칙에 따라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능동적으로 조직한다.

  이 예들은 언어의 표현적인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어를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우리가 여러가지 다른 뜻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표현의 다양성은 그림에 의해서 - 그 그림이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든, 머릿 속에 그려진 그림이든- 전달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는 언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상당부분이 본질적으로 추상적이고 비감각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P28

  단어는 화자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다.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에는 시간상의 한 점을 나타내는 요소라든가(어제), 정보를 얻기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요소("-습니까?"), 혹은 가능성을 나타내는 요소("-할 지도 모른다")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들은 자기자신의 욕망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새들은 저 나무를 좋아한다"라는 식으로 다른 개체의 욕망이나 느낌을 전달 할 수는 없다.

  우리가 듣거나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문장은 우리가 기억속에 저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히 그 모든 문장들을 듣고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 그 문장들의 모든 가능성을 우리는 알고 있는 듯 하다.- P32

  우리의 뇌가 이렇듯 표현적인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은 문장 전체를 다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그 단어의 의미와 단어들을 결합하는 형식을 저장하는 것이다. p36

  새로운 문장을 말하고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는 머릿 속에 모국어의 단어를 저장해야할 할 뿐만 아니라 모국어에서 허용되는 문장의 형식 또한 저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형식들은 단어가 배치되는 형식을 기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형식들이 어떻게 또 다른 형식을 이루는 가를 기술하는 것이어야 한다.

  "말이 된다"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도 물론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이미 알려진 형식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즉 내재문법이란 것이 결국 모종의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37

  우리 머리 속의 내재문법은 우리로 하여금 단어들을 결합하여 문장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 능력은 어떤 형식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식이고 어떤 형식은 용납되지 않는 지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한 언어가 허용하는 모든 형식을 규정해야하만 한다.

  어떤 면에서 내재문법의 무의식성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보다 훨씬 더 과격하다:  내재문법은 어떤 조건 하에서도, 즉 치료적인 상황이라든지 또는 그 외의 어떤 상황하에서도 의식에 의해 포착되지 않는다.

* 철학자 라일Gilbert Ryle은 "Knowing that"(예를 들어서, 그랜트의 부인이 그랜트의 무덤에 묻혀 있음을 아는 것)과 "Knowing how"(예를 들어서 수영하는 법을 아는 것)를 구분했다. 후자는 "운영적 지식" 혹은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반드시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지식은 아니다. 우리는 아마도 언어를 배우는 방법에 대한 어린아이의 지식을 이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라일 자신은 이 용어를 순전히 행위적인 것으로 의도했기 때문에 이런 해석에는 간단치 않은 단서가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몸이 마비된 사람이 아직도 "수영하는 방법을 안다"라고 그가 말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가 않다. 나의 입장에서는 그가 "수영하는 방법을 안다"고 말할 것이다.) 어쨋거나, 좀더 알맞은 용어가 없으므로 나는 "지식"이란 용어를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 물론 내가 이 용어리를 이 책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아주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P61

  또, "선험적"이란 말에 대해서도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선험적"이란 말이 반드시 출생 직후 바로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아나 체모나 보행능력 따위처럼, 보편문법은 출생 후 상당한 시간을 거쳐 발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편문법이 생물학적인 시간표에 의해 발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어린아이들은 대개 만 2살이 되기 얼마 전부터 문법형식을 배우기 시작한다. P61

  두 번째 요소: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은 일부 우리 두뇌의 구성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동물보다 두뇌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보다 지능이 높다고 주장할 때 여러분은 이미 그러한 전제를 갖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어린아이들이 보편문법이라는 선험지식을 갖고 있다는 말은, 주위 환경이 적당한 자료를 제공하는 한 무의식적으로 내재문법을 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생각하는 방식"을 어린이들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생각하는 방식"은 두뇌의 어떤 부분의 구조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간단히 말해서 선험지식은 두뇌구조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P62

  특정한 언어능력이 존재한다는 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나도 공감하는 바가 있다. 그 말은 우리가 첫째 요인을 최소화하기에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언어만을 위한 특수 목적적 재능은 우리가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후 어떤 시점에서 진화적인 도약이 있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도약이 지나치게 특별한 도약은 아니었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언어습득의 역설을 설명할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P70

  첫째로, 언어를 배운다고 하는 것은 그저 수동적으로 주위로부터 정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기보다는, 주위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무의식적인 원칙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 원칙들은 들은 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언어를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학습된 것은 환경에서 온 것일 뿐만 아니라 학습자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