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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사진이야기

2011 가을 화벨조작...









쉽게 씌어진 시

                                윤 동 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구절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든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의 삶은 슬픈 천명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더라도 각각의 인간이 자신의 삶의 시인이고
그 역시 슬픈 천명이 아닐까

2011년 가을
다시 살지 못할 오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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