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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삶의 지혜들

어린왕자 中

그 꽃들은 자기의 별에 두고 온 그 교만스러운 꽃과 아주 닮아 보이는 꽃들이었다. 어린 왕자는 갑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자기는 지금까지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는 그와 닮은 꽃이 수없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니었가요?

그는 그만 풀밭에 엎드려 울고 말았습니다.

어린 왕자는 지혜로운 한 마리의 여우를 만나게 됩니다.
너무 쓸쓸한 탓으로 친구가 되자고 제의했으나 여우는 길이 들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노라고 말했습니다.

길들인다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넌 아직 나에게는 수많은 꼬마애들과 똑같은 꼬마에 불과해.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하지도 않 고 너 또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나는 네게 있어 그 많은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거든. 그러나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되는 거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네게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여우는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으니까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자기를 길들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우는 말이란 오해의 원천이 되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매일같이 자기를 그저 보러 오라고만 주의시켰습니다.

말이 앞서는 우정보다는 마음과 마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우정의 방식을 여우는 택했던 것이었습니다.

길들인 것에 대하여 소중함을 깨닫게 된 어린 왕자는 정원에 핀 그 수많은 꽃들이 자기의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미들은 자기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우와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준니다다.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그리고 이런 말도 해주었습니다.


네 장미가 네게 그다지도 소중한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그러나 너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내가 길들였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세상에 오직 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고, 그를 위하여 마음을 쏟는 귀중한 시간들 때문에 그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숱한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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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에서  김춘수의 시인의 꽃이란 시가 떠올랐다. 누군가에 있어서 아니면 나에게 있어서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