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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특파원 칼럼] 피카소도 웃을 일


빌 게이츠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이 미술관에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 그림을 보면서 빌 게이츠는 "바로 이거다"라고 외친다. 캔버스에 여인 얼굴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고 컴퓨터에서도 전체 프로그램을 한 개 화면에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그림엔 사람 얼굴 앞면과 함께 옆면과 뒷면이 한 면에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후 빌 게이츠가 개발한 제품이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 오리건주에 있는 리드대학에서 서체학을 배웠다. 잡스가 이후 개발한 활자체가 지금 맥 컴퓨터를 있게 만든 힘이다.

미국 유명 기업인들이 문화생활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낸 대표적 사례들이다. 특히 미술품은 기업인들이 작가의 상상력이나 새로운 영감을 얻는 통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예술품이나 문화활동 자체가 기업인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패션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뉴욕 패션디자이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뉴욕에 있는 대형 미술관들을 방문한다. 미술관을 아이디어 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월가 투자은행 직원들은 주요 미술관을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투자은행들이 이 미술관에 기부를 한 덕분이다. 금융상품 개발을 담당하는 한 금융인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다 보면 새로운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술품이 금융상품 개발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에서 미술관이 차지하는 의미는 대단하다.

우리는 어떤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술관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과천 변두리에 있던 미술관을 이제서야 서울 도심으로 끌어오려는 조치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문화ㆍ예술은 사치품이 아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다.

사실 삼성전자LG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급변하는 IT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나 창조성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서부터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적다. 창의력을 키우기에 한계가 많은 나라다.

미국 교육경쟁력이 뒤처진다고 하지만 기업경쟁력을 보면 미국 교육이 나쁘지만은 않다.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이 있는 곳에서 현장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도 예술교육에 열성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내 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학교육 영상물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오리건주 웨스트살렘고교. 며칠 전 뉴욕에서 만난 이 학교 과학교사 마이크 램퍼트 말이 아직도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학이나 수학 교육만으론 영재교육이 안 된다. 예술도 교육해야 제대로 된 과학기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226429